서울 2026.10.03(토)22: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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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물렸잖아요?” 사고는 그다음일 수 있다…엘리베이터 20cm 앞까지 달려온 반려견

문 열리자 짖으며 뛰어나온 반려견…“물지 않았다”는 말이 면죄부 될 수 없어

김선정 기자 tlawkd82@daum.net 입력 수정 2026.10.03 19:09 조회 0 ⏱ 6분 읽기

펫아시아뉴스(Pet Asia News)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안 물렸잖아요.” 반려견 보호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말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물지 않았다는 사실이 앞으로도 물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될 수 없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위험한 상황까지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진 한 경험담이 반려견 보호자의 안전관리와 책임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경험담에 따르면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던 60대 남성이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 순간 짖는 소리와 함께 작은 반려견 한 마리가 밖으로 뛰어나왔다. 남성과 반려견 사이의 거리는 불과 20~30cm. 다행히 물림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끈 것은 이후 보호자의 대응이었다. 놀란 남성이 “미안하다는 말 안 해요?”라는 취지로 항의하자 보호자가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안 물렸잖아요”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안 물렸잖아요”…하지만 다음에도 안 문다는 보장은 없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반려견은 기계가 아니다. 평소 온순한 반려견도 낯선 사람이나 다른 동물과 갑작스럽게 마주치거나 두려움, 놀람, 흥분 등 강한 자극을 받으면 보호자가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개는 원래 안 문다”는 보호자의 경험과 믿음이 안전관리의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 특히 엘리베이터는 더욱 주의해야 하는 공간이다. 좁고 폐쇄돼 있으며 문이 열리기 전까지 바깥에 누가 있는지 반려견이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어린아이와 노인, 다른 반려견, 개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 그 순간 보호자가 목줄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단 몇 초 만에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 물렸잖아요?” 사고는 그다음일 수 있다…엘리베이터 20cm 앞까지 달려온 반려견

사고는 개가 사람을 문 순간에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보호자가 통제력을 잃고, 반려견이 상대방에게 돌진하고, 피할 공간이 사라지는 순간부터 이미 사고로 이어질 위험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20cm 앞에서 멈췄다…그렇다면 다음에는? 이번 경험담에서는 다행히 실제 물림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황을 조금만 바꿔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반려견 앞에 있던 사람이 어린아이였다면 어땠을까. 개를 심하게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놀라 뒤로 물러나다 넘어지는 노인이었다면 어땠을까. 또는 문 앞에 다른 반려견이 서 있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반려견 안전사고를 예방할 때 중요한 것은 “이번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가 아니다. “다음에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무엇을 바꿀 것인가”가 중요하다. 자동차가 보행자를 향해 달려오다 코앞에서 급정거했다고 생각해 보자. 운전자가 창문을 열고 “안 치었잖아요”라고 말한다면 보행자가 느낀 공포까지 사라질까. 충돌하지 않았다는 결과와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과정은 다른 문제다. 반려견 역시 마찬가지다. ‘물지 않았다’와

‘위협하지 않았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안 물렸잖아요?” 사고는 그다음일 수 있다…엘리베이터 20cm 앞까지 달려온 반려견

“우리 개는 순해요”는 안전장치가 아니다. 반려견 보호자가 기억해야 할 원칙은 단순하다. 내 반려견이 얼마나 착하고 순한가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반려견을 얼마나 안전하게 통제하고 있는가다. 특히 공동주택 엘리베이터에서는 문이 열리기 전 목줄을 짧게 잡고 반려견을 보호자의 옆이나 뒤에 위치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문이 열린다고 곧바로 반려견이 먼저 나가게 하기보다 외부 상황을 보호자가 먼저 확인하고 사람이나 다른 반려견과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사람이나 다른 개를 보고 흥분하거나 짖고 돌진하는 행동이 반복되는 반려견이라면 더욱 철저한 관리와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은 자신의 반려견을 변호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다치지 않았는지, 얼마나 놀랐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보다 먼저 나와야 할 말은 어쩌면 이것이다. “죄송합니다. 많이 놀라셨죠?”

최경선 박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안전했다는 뜻은 아니다”. 반려견 행동교육 전문가 최경선 박사는 이번 사례가 단순한 말다툼의 문제가 아니라 보호자의 ‘예방적 책임’을 생각하게 하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중요한 것은 단순히 개가 사람을 물었느냐, 물지 않았느냐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며 “보호자가 다른 사람에게 공포나 위협을 줄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예방하고 통제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 물렸잖아요?” 사고는 그다음일 수 있다…엘리베이터 20cm 앞까지 달려온 반려견

이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과 그 상황이 안전했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며 “반려견을 통제할 책임은 목줄을 잡고 있는 보호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호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우리 개는 순하다”, “우리 개는 사람을 좋아한다”, “우리 개는 안 문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반려견에게 ‘절대’라는 표현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생명체의 행동은 환경과 자극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의 확신보다 예방과 통제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자의 방심, 결국 피해는 강아지에게 돌아갈 수 있다.

보호자의 잘못된 판단과 대응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존재가 결국 반려견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목줄을 잡는 사람은 보호자다. 반려견이 사람에게 접근할 수 있는 거리를 결정하는 것도 보호자다. 위험한 상황에서 반려견을 통제해야 하는 사람 역시 보호자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보호자가 아닌 개가 남는다. “저 개는 위험하다.”, “저 개가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저 개가 사람을 물었다.” 보호자의 몇 초간의 방심과 잘못된 판단 때문에 반려견이 ‘위험한 개’라는 낙인을 떠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최 박사는 이에 대해 “강아지를 사랑하는 것과 강아지를 책임지는 것은 다르다”며 “진정으로 강아지를 사랑한다면 강아지를 변호하기 전에 강아지가 변호받아야 하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가 아니라 “제가 더 조심하겠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반려인의 책임도 함께 커져야 한다. 공동주택의 엘리베이터와 복도, 공원, 산책로는 반려견 보호자만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다. 어린이도 있고 노인도 있다. 다른 반려견과 함께 이동하는 보호자도 있다. 따라서 성숙한 반려문화는 “우리 개를 이해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에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 내 반려견 때문에 다른 사람이 불안하거나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먼저 관리하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이번 사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경험담을 바탕으로 알려진 내용으로, 게시글만으로 당시 현장의 모든 상황과 당사자의 입장을 확인하거나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경험담 속 한마디는 우리 사회에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안 물렸으니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인가?”

오늘은 물리지 않았다. 오늘은 넘어지지 않았다. 오늘은 다른 개와 싸움이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내일의 안전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사고가 발생한 뒤 “우리 개가 그럴 줄 몰랐다”고 말하기 전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 그것이 목줄을 잡은 사람이 가져야 할 책임이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이 말보다 먼저 필요한 말은 분명하다. “제가 더 조심하겠습니다.” 강아지는 사랑이다. 그러나 책임 없는 사랑은 강아지를 지켜주지 못한다.

김선정 기자 (tlawkd8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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